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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그릇된 모성애 속의 추악함

by 글쟁이제라드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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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와 스릴러 영화의 중간 어디]

영화는 한적한 동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솔직히 포스터만 안 봤으면 '마더'라는 영화 제목 자체에서는 무조건적인 느낌으로 가족영화라고 생각했을 글쓴이입니다. 특히 마더 역에 '김혜자' 배우님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정말 '엄마'의 느낌이 강한 배우라서 그랬을 겁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소소한 '도준' (원빈) 과 '진태' (진구)의 노닥거림이 나옵니다. 배경도 시골인지라 정말 잔잔한 그런 느낌의 영화라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비 오는 날 여고생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도준' 이 지목되면서 영화는 급 스릴러의 형태로 바뀌어 갑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의 이런 전개가 참 좋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처음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형사팀이 현장답사를 나가면서 코믹하게 그려지는 분위기가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했는데 급작스럽게 진지한 스릴러의 형태로 변주되는 느낌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 형사물의 느낌을 띄며 물 흐르듯 전개됩니다. 

[모성애로부터 시작된 비극] (스포일러 포함)

한사코 자신의 아들(도준)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건을 파헤치는 마더는 도준의 친구 진태를 의심하였으나 엉뚱한 사람을 잡은 꼴이 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중 죽은 여고생의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심문을 계속한 결과 죽은 여고생 '문아정'의 행적을 의심하게 되었으며 결국 이 모든 죽음의 원인을 따라가며 파헤치다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말 자신이 그렇게도 생각하기 싫었던 결말인 자신의 아들 '도준' 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유일한 목격자 일수 있는 고물상 노인을 죽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노인은 정말 억울한 죽음인 듯..?) 노인을 때려죽이고 노인의 고물상을 불지르고 나온 마더는 도준에게 가서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 합니다. 후에 도준이 감옥에서 나오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 노인의 불타버린 고물상을 지나치게 되는데 도준은 의미 있는 물건을 주워서 마더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그 물건은 마더의 물건인 수지 침통입니다. 마더는 정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물건을 품속으로 넣습니다. (*후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김혜자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그 장면을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말씀해 주시길 대사 지문에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라고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저런 지문을 읽고 연기로 승화 시키시는 배우분들 보면 대단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역시 봉준호]

어떻게 보면 저능아인 아들 도준을 데리고 사는 마더도 정상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딘가 얼이 빠져있는 듯한 표정과, 약간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말투 등 마더라도 인물도 이야기 내에서 범인과 기타 특정 인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특별한 느낌의 인물입니다. 도준이 범인으로 몰리고 죽은 여고생의 장례식장을 찾아가서 자신의 아들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정말 자식을 둔 엄마라면 저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평상시 독특한 언행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어떤 이질감을 느끼게 해줬던 마더가 영화가 끝날 무렵 효도관광을 가는 버스 안에서 춤추고 있는 대중 안으로 춤을 추며 스며들 때 비로소 마더도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인해 정체성을 다시 한번 되찾고 진정한 마더, 즉 사람으로 녹아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버스 안에서 군중들의 틈 속으로 춤추며 걸어가는 마더의 모습을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아내고 있는데 그 또한 마더의 아직은 정리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항상 영화의 모든 장면에 내재된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다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 봉준호 감독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글쓴이도 영화 마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N 차 관람을 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살인의 추억' 도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영화 '살인의 추억'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봉준호 짱짱!)
이상 '글쟁이 제라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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