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한국식 형사 영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형사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형사들이 나옵니다. 터프하거나, 아주 지능적이라던가 혹은 냉혹하리만큼 냉정하다던가 그런 인물들 말입니다. 그럼 어떤 형사들이 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의문은 영화가 시작되고 조금만 흥얼거리듯 보다 보면 무릎을 탁 치며 아! 이런 형사들도 있구나 하며 잠시 가졌던 의문들이 안개처럼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할리우드 영화 리셀 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를 상상하셨다면 큰 오산이고, 그렇다고 나쁜 녀석들의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를 상상하셨다면 음.. 더 큰 오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이 영화의 나오는 형사들의 인물상과 특이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와 인물이 교묘하게 잘 섞여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이 낳은 국민배우라고 할 수 있는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박두 만' 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영화 캐릭터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상영 내내 앞뒤 무식한 형사들과 시대에 뒤떨어진 수사 방법을 통해 우리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그 시절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비판도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영화는 시종일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영화 속 형사들이 범인을 쫓듯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도 함께 범인을 쫓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치밀한 구성과 몰입감으로 영화는 힘차게 달려나갑니다. 범인으로 생각했던 인물이 범인이 아니고 범인이 아닐 거 같던 인물이 범인인가 싶기도 하며 감독은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면서도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영화는 그렇게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범인으로 지목되는 '박현규'를 붙잡고 맙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에는 유전자 검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미국으로 DNA를 보내게 되는데 결과는..
밥은 먹고 다니냐
유전자 검사는 글쓴이도 생각하지 못했고 관객들도 원하지 않은 결과로 나오게 됩니다. 정말 이 사람이 아니면 누가 범인이냐는 말이 나올 만큼 범인으로 생각한 박현규가 범인이 아닌 결과가 나옵니다. 박두만 형사가 박현규를 잡았을 때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던지는 대사 한마디.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뇌리에 박힌 대사로 기억이 됩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은 속된 의미로 너 잘 살고는 있냐? 너도 사람처럼 살고는 있냐? 이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박두만은 범인에게서 차가운 감정을 느꼈고 너도 사람이냐? 하는 마음으로 대사를 던졌다고 글쓴이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수년의 세월이 흐르고 주인공 박두만은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거래처로 이동을 하던 중 예전에 한창 수사를 하던 곳을 지나게 되고 차를 세우고 그 주변을 둘러봅니다. 박두만이 둘러본 장소는 다름이 아닌 예전 범인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시체가 유기되었던 하수도관. 그 안을 들여다보던 박두만에게 길을 지나가던 소녀가 말을 합니다. '어떤 사람도 거기서 거기를 쳐다보고 있던데..'. 박두만은 놀라서 다시 소녀에게 물어봅니다. 그 사람의 얼굴은 봤냐고. 소녀는 대답합니다. '그냥.. 그냥 평범하게 생겼다고.' 그렇게 영화는 마지막으로 박두만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나게 됩니다. 박두만의 마지막 시선은 마치 관객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은 범인을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쓴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나온 영화여서 그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훗날 성인이 돼서 '살인의 추억'을 접했을 때 느낀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말 수작이라 생각하고 관객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봉준호인지, 왜 송강호 인지 알게 됩니다. 안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바라면서 이상 '글쟁이 제라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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